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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초등학교에서 4년째 봉사하는 한국인 에스더씨의 특별한 이야기

서예은 기자 | 기사입력 2025/09/03 [15:50]

이스라엘 초등학교에서 4년째 봉사하는 한국인 에스더씨의 특별한 이야기

서예은 기자 | 입력 : 2025/09/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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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 루리아 초등학교에서 4년째 무료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에스더씨와 담임교사, 그리고 학생들. 이스라엘 학교는 각 학급마다 보조교사를 배치하여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세심하게 돕고 있다.  © KRM

 

2021년 에스더씨 가족이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낯선 땅에서 집 구하기부터 초기 정착을 위한 각종 서류 준비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 중에서도 아들의 학교 등록을 위해 찾았던 예루살렘 카타몬의 루리아 초등학교 교장과의 만남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원래는 아들의 학교 등록을 위해 예루살렘 시청에 먼저 가서 등록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교장이 직접 나서서 그 자리에서 시청에 전화를 걸어 즉석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장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며 집 구하는 일에도 큰 도움을 주는 등 외국인 가족의 초기 정착 과정을 모두 도와주었다.

 

뉴욕에서 사립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경험과 다음 세대 교육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던 에스더씨는 이 고마운 마음을 시작으로 이 학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에스더씨는 교장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그리고 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침 댄스 수업 교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나올 수 없으니 대신 수업을 맡아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날 밤, 아이들에게 가르칠 춤을 벼락치기로 연습하며 첫 수업을 준비했다.

 

언어의 벽과 오해를 넘어선 진심

다행히 수업 당일 댄스 교사가 회복해 학급 보조 역할을 맡게 됐지만, 에스더씨의 진짜 도전은 그때부터였다. 24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1학년 한 학급의 보조교사가 되면서 마주한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히브리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초정통파부터 세속 유대인까지 다양한 배경의 교사, 학생과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외국인이라며 무시하는 교사도 있었고, 심지어 학생들 중에도 있었어요"

 

일부 교사들은 에스더씨가 교장의 편애를 받는다고 생각했고, 이방인인 에스더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더씨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사들은 깜짝 놀라며 오해를 접었다.

 

에스더씨는 매일 아침 교사들과 함께 식사하며 웃는 얼굴로 안부를 묻고, 다들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을 솔선수범하며 도맡아 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위로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모습,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에 교사들의 마음문이 열렸다. 이제는 교사들의 집에 초대받고, 장례식과 결혼식 같은 가족 행사에도 함께하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 예루살렘 루리아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에스더씨. 에스더씨는 가족 행사에도 초대될 정도로 선생님들과 하나되어 가고 있다.   © KRM

 

"에스더가 최고의 보조교사예요"

4년이 지난 지금, 학급 담임교사는 "보조교사로는 에스더가 최고"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늘어난 히브리어 실력으로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세심하게 도우며, 어떤 보상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원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에스더씨의 아들이 이미 중학교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등학교에서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을 4년째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 교사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에스더씨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정말 기뻐요. 아이들이 점차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거든요. 오히려 저는 이들에게서 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 에스더씨가 선생님들과 함께 빵을 만들고 있다.   © KRM

 

절기 교육에서 발견한 이스라엘 교육의 비밀

에스더씨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이스라엘의 절기 교육이다. 유대인들에게 절기는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긴 소중한 유산이다.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매 절기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절기의 역사적 의미를 가르친다. 역사 시간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 음악, 미술 등 모든 과목에서 절기에 대해 다룬다.

 

"약 2천 년 동안 나라 없이 흩어져 살면서도 절기를 지켜온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서 다시 절기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어요. 역사 교육을 통해 민족성과 정체성을 세대를 거쳐 이어올 수 있었던 거죠"

 

에스더씨는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역사 교육을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한다면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에스더씨가 담당한 학급 학생들이 야외 수업을 즐기고 있다.  © KRM

 

경쟁보다는 행복, 생존력을 키우는 교육

이스라엘 교육에서 또 다른 특징은 '생존' 교육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매달 역사가 깃들어있는 나라 곳곳을 직접 밟는 현장학습을 진행한다. 이때마다 수시간씩 하이킹을 하며 생존 능력을 기른다. 꽤 힘든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불평 없이 기꺼이 잘 따른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성적 경쟁보다는 실제 삶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죠.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청년이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하이킹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는 교육을 하는 것 같아요"

 

가족 공동체의 힘

무엇보다 에스더씨가 감탄한 것은 가족 공동체 문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족끼리 모여서 대화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집에서도 학교에서 배운 절기와 역사를 계속 가르치죠."

 

이런 가족 중심의 교육 문화가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원동력이라고 에스더씨는 생각한다.

 

4년째 계속되는 봉사의 이유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쓴 감사 편지와 선물을 건네줄 때, 에스더씨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진심으로 다가간 그녀의 4년간의 여정은,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임을 보여준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제가 받는 것이 훨씬 더 많아요. 이스라엘 교육을 직접 체험하며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거든요"

 

오늘도 에스더씨는 루리아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을 것이다. 히브리어로 "샬롬"이라고 인사하며, 작은 손을 잡고 큰 꿈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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