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브론 족장들,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 합의 추진탈(脫)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 아랍에미리트식 통치체제 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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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이크 와디 알 자바리 © 와디 알 자바리 |
헤브론의 셰이크(족장) 와디 알 자바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로부터 분리하여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식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셰이크 알 자바리를 포함한 헤브론의 주요 셰이크 5명은 최근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완전히 인정하고 평화를 서약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 서한은 니르 바르카트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에게 전달됐으며, 바르카트 장관은 이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셰이크들은 헤브론이 PA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토후국(에미리트)'을 설립해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합의한 오슬로 협정이 전통적인 족장 통치 체계를 무시한 채 이뤄졌고, 그로 인해 부패한 PA를 만들어 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토후국(에미리트)' 개념은 현대 아랍 국가 중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셰이크 알 자바리는 베들레헴, 나블루스, 툴카름, 제닌, 칼킬리아, 라말라을 포함한 에미리트를 구성하고, PA를 철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사건 이후 "팔레스타인 국가는 1,000년이 지나도 없을 것"이라며, 전통적인 가문 중심의 통치를 통한 실용적인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이크 알 자바리는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하는 대가로, 헤브론 출신 근로자들의 이스라엘 지역 노동 허가 복원, 공동산업단지 건설, 오슬로 협정에 따른 유대-사마리아(서안지구) C 지역 일부 통제권 획득을 요구하고 있다. 셰이크들은 테러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며 이는 "PA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현 상황과는 대조된다"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헤브론 지역 70만 명 이상의 주민 중 대다수가 이 계획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한에 서명한 셰이크 5명 외에도 총 21명의 셰이크가 알 자브리의 계획에 동의하고 있고, 이들은 헤브론 주민 70만 명 중 약 55만 명을 대표하고 있다.
한편 WSJ 보도 이후 알 자바리 가문은 해당 보도를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개인의 결정과 행동일 뿐, 가문과는 무관하다"고 밝히며 셰이크 와디 알 자바리와 거리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가문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포스트 역시 셰이크들과 별도로 접촉해 유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WSJ 보도가 오히려 가문의 실제 의중에 가까울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니르 바르카트 장관은 "오래된 평화 프로세스가 실패했으므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며 올해 초부터 셰이크들과의 논의를 정부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또한 신중하지만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안보기관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와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안보 협력을 위해 PA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토후국 모델이 통제 불능의 느슨한 연합으로 이어져 유대-사마리아 지역 내 무정부 상태와 아랍인들 간의 내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IDF 중부사령관인 가디 샴니 예비역 소장은 "수십 개의 서로 다른 무장 가문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며 "IDF는 교전의 한가운데 갇힐 것이며, 혼란과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이스라엘 국방안보포럼 설립자인 아미르 아비비 예비역 준장은 PA가 테러리즘의 온상이라고 주장하며 셰이크들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PA가 테러리스트이고 부패했기 때문에 가자지구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 왜 그들이 유대-사마리아를 통치하는 것은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