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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 하지카론: 이스라엘 국민이면 모두가 슬픔을 체감하는 하루

이용선 기자 | 기사입력 2025/04/30 [00:14]

욤 하지카론: 이스라엘 국민이면 모두가 슬픔을 체감하는 하루

이용선 기자 | 입력 : 2025/04/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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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29일. 전사자들의 이름이 예루살렘 올드시티 벽에 나타나고 있다.  © 아부 알리 익스프레스/텔레그램


4월 29일 저녁,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열린 공식 욤 하지카론(이스라엘 현충일) 추모식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슬픔과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저녁 8시, 이스라엘 전역이 일제히 사이렌 소리에 멈춰 섰고, 평소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기도의 장소가 이날만큼은 엄숙한 추모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국가적 애도의 밤, 전몰자와 테러 희생자 추모

이날 추모식은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전쟁과 테러로 목숨을 잃은 25,420명의 보안요원(군인, 국경경찰, 경찰, 신베트 요원 등)과 1851년 이후 5,229명의 민간인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자리였다. 대통령의 공식 연설, 추모 횃불 점화, 전사자를 위한 노래, 유가족 대표의 낭독, 유대교 애도기도(카디쉬), 그리고 국가 ‘하티크바’ 제창까지 모든 순서가 엄숙하게 이어졌다.

 

▲ 2025년 4월29일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방위군 참모총장이 통곡의 벽 욤 하지카론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이스라엘 방위군


올해 추모식은 예년보다 훨씬 더 무거운 분위기였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은 전례 없는 희생과 충격을 겪었고, 572일이 지난 지금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이스라엘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으며, 59명의 인질이 아직도 가자에 억류되어 있다는 사실이 국민 모두의 마음을 짓눌렀다. 추모식 현장에는 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의 애도와 아픔, 그리고 짙은 무거움이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자리를 덮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현충일(욤 하지카론)은 곧바로 독립기념일(욤 하앗츠마우트)로 이어진다. 보통은 하루 동안의 깊은 애도와 침묵을 지나 국가의 탄생을 기뻐하는 축제로 전환되지만, 올해는 많은 이들이 “아직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독립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남동생 모셰를 잃은 레베카 바론은 이렇게 말했다.

 

▲ 2025년 4월 29일 욤 하지카론을 앞두고 전사한 남동생 모셰 바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베카 바론  © i24 news 영상 켑쳐


“우리는 이스라엘로 이민을 왔습니다. 이스라엘의 위기의 전쟁들 후에 왔기에 유가족이니, 욤 하지카론의 분위기는 우리에게 아주 멀고 낯선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양가 모두에서 동생 모셰가 처음으로 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유가족이 되다니 말이죠. 슬프게도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전쟁이나 테러로 잃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이 나라에서 진짜 이스라엘 사람이 되는 입장권과도 같습니다.”

 

▲ 가자지구에서 전사한 모셰 바론  © 이스라엘 방위군


전사한 야이르 하나니야 하사,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이스라엘 군인들은 전장에 나가기 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족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는 전통이 있다. 올해 가자지구 전투에서 22세의 나이로 전사한 야이르 하나니야 하사 역시 가족을 위해 진심 어린 유서를 남겼다. 그의 마지막 편지는 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 가자지구에서 전사한 야이르 하나니야  © 이스라엘 방위군


“이런 편지를 쓰는 건 어렵습니다. 이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오히려 가족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들, 가족, 친구들 모두 사랑합니다.

 

‘아비들의 지혜’(Pirkei Avot)에 ‘이 세상에서의 한 시간의 회개와 선행이 다른 것 보다 더 낫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 부탁합니다. 슬픔과 고통, 상실에서 일어나세요. 할 수 있을 때 세상을 고쳐주세요. 위대하고, 강인한 사람, 친절하고, 기쁨이 넘치며, 자유롭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북돋아주고, 무엇보다 진실된 사람이 되어주세요. 

진실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아들, 형제, 친구였던 시간에 무한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올해 욤 하지카론 추모식은 이스라엘 사회 전체가 깊은 상실과 연대, 그리고 끝나지 않은 슬픔을 안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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